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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노년예찬(老年禮讚)

by easyfly 2021.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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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靑春禮讚).

민태원의 수필.
1929년에 발표된 암울한 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청춘에 대한 찬미와 당부.

1894년에 태어나 1934년에 세상을 뜬 민태원.
우리 나이로 41.

노년은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노년에 접은 내가 노년을 한 번 읖조릴까 한다.
건방이 넘쳐도 발칙한 노년이로군 생각하고 넘어가기 바란다.

노년(老年)!
이는 듣기만 하여도 맥이 풀리는 말이다.
노년(老年)!
거울을 들고 늘어나는 주름과 피어나는 저승꽃을 보라.
허허하고 쓸쓸해진다.

그러나...
노년(老年)의 피는 고요하다.
세월을 지나오면서 거선의 기관같이 약동했던 심장은 안정을 찾는다.
역사와 미래를 고민하며 불끈 쥔 주먹과 두 다리는 이제 편해졌다.
노년은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거센 태풍이 끝난, 비스듬히 다가오는 감미로운 가을 햇살이다.
여름 가기를 재촉하는 팽나무 매미소리가 잦아들면 소새기는 귀뚜라미 소리 들린다.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도 아름답지만,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와 빨갛게 염색된 감나무 잎사귀는 또 얼마나 아름다우냐?
인생의 따뜻한 봄바람도 필요하지만, 힘든 일을 마치고 평상에서 느끼는 서늘한 가을바람도 필요한 법.
물이 계속 끓기만 하면 냄비는 타고 만다.
어느 정도 끓고나면 식혀서 갈증을 날리듯 날카로운 이성과 폭발하는 정열만으로 세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듯.
평안의 놀이 지고,
힘겹게 키운 나락의 모가지가 넉넉하게 기운다.
그리도 번민케한 사랑도 덤덤한 무관심으로 변한다.

노년(老年)!
이제 듣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말이다.
노년(老年)!
남의 눈치도 볼 일 없고 불필요한 욕망에 휘둘릴 일도 없는 자연에 순응하는 드넓고 화사한 가을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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